책상 한쪽에 잡지 한 권이 놓여 있다. 표지는 빛바랜 흰색, 글씨는 작고 조용하다. 펼쳐보면 가득한 건 텍스트보다 사진이고, 사진보다 도면이다. 처음엔 낯설고 어렵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자리에 놓여 있는 것 만으로도 공간이 달라 보인다. 이 글에서는 건축잡지 추천을 통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건축가들의 작업실, 디자이너의 사무실, 공간을 진지하게 사랑하는 사람의 책상 위. 어디서든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잡지들이 있다. 읽는 것이기도 하고, 두는 것이기도 하다.

West Architecture, Fitzrovia House

건축 잡지를 모은다는 것

잡지를 ‘읽는다’고만 생각하면 반만 맞다.


건축 잡지는 그 자체로 오브제다. 판형이 크고, 종이가 두껍고, 표지는 매호 다른 얼굴을 한다. 선반 위에 세워두거나, 테이블 위에 펼쳐두거나, 그냥 쌓아두기만 해도 공간에 하나의 레이어가 더해진다. 그것이 취향의 신호가 된다.


게다가 이 잡지들에는 방향이 있다. 좋아하는 건축가를 따라가면, 그 건축가가 실린 호를 하나씩 모으게 된다. 좋아하는 나라를 따라가면, 그 나라 고유의 미감을 담은 잡지가 서가를 채우기 시작한다. 의도하지 않아도, 모을수록 자신의 취향이 보이기 시작한다.

ALVARO SIZA

건축학과 필독서, 7종의 잡지

1. A+U (일본)

Architecture and Urbanism. 이름 그대로 건축과 도시를 함께 다룬다.

일본에서 출판되지만 영어로 쓰이고, 전 세계 건축 프로젝트를 균형감 있게 다룬다.

학술적이면서도 사진이 아름답고, 도면의 완성도가 높다. 건축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좋은 시작점이다.

2. El Croquis (스페인)

건축 잡지계의 수집가 아이템.

매호 건축가 한 명 혹은 하나의 스튜디오에만 집중하는 모노그래프 형식이다.

렘 쿨하스, 안도 다다오, 알바로 시자 — 당신이 이름을 알고 있는 건축가라면 El Croquis에 실렸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를 사면 그 건축가의 세계관 전체를 손에 쥐는 느낌이다. 판형이 크고 묵직해서, 책상에 펼쳐두는 것만으로 공간이 달라진다.

3. DETAIL (독일)

이름이 전부를 말한다.

건축의 ‘디테일’을 다룬다.

벽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창호가 어떻게 설계되는지, 재료와 재료가 만나는 접합부.

화려함보다 정직함이 있다.

독일 특유의 합리성과 정밀함이 페이지마다 배어 있어서, 실용적인 무언가를 배우고 싶을 때 꺼내 읽게 된다.

4. Domus (이탈리아)

1928년에 창간된, 건축 잡지 중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한다.

건축만이 아니라 인테리어, 디자인, 예술까지 아우른다.

이탈리아 감성 — 형태와 재료를 감각적으로 다루는 방식 — 이 잡지 전체에 흐른다.

공간보다 오브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잡지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게 될 것이다.

5. Frame (네덜란드)

인테리어와 공간 디자인에 가장 밀접한 잡지다.

건축보다 ‘안’을 다룬다.

상업 공간, 주거 공간, 전시 공간. 어떻게 사람들이 공간 안에서 경험을 만들어내는가.

네덜란드 특유의 실험적이고 개방적인 태도가 편집 방식에도 담겨 있다.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건축잡지 추천 목록을 통해 여러분의 취향에 맞는 잡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6. 新建築 — 신건축 (일본)

일본 현대 건축의 아카이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호 일본 건축 현장의 최신 작업을 담는다. 사진이 유독 정갈하다.

여백을 두는 방식, 빛을 담는 방식이 일본 건축과 닮아 있다.

일본 감성의 공간에 끌린다면, 이 잡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감각을 조금씩 익혀갈 수 있다.

7. Space — 공간 (한국)

1966년 창간, 한국 건축계의 공식적인 기록이다.

한국 건축가들의 작업을 가장 진지하게 다루는 매체이고, 오래된 호들은 그 자체로 역사 자료가 된다.

국내 건축을 이해하고 싶다면, 혹은 한국 공간 문화의 흐름을 읽고 싶다면, Space의 아카이브를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인테리어 소품 책으로서의 잡지

읽지 않아도 괜찮다. 솔직히 말하면.

물론 읽으면 더 좋다. 그런데 건축 잡지의 매력 중 하나는, 꼭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해야만 무언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펼쳐놓고 사진만 봐도, 표지만 봐도, 그 공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각이 쌓인다.

A4보다 큰 판형의 El Croquis를 테이블 위에 놓아두는 것. 세 권의 신건축을 선반 한쪽에 세워두는 것. Frame 두 권을 소파 옆 스툴 위에 올려두는 것. 그 자체로 이미 공간의 언어가 된다. 책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 책이 담은 세계관의 일부를 자신의 공간으로 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한 권부터 시작하면 된다

어떤 잡지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좋아하는 건축가가 있다면 — El Croquis에서 그 이름을 검색해보라. 아마 있을 것이다. 일본 감성의 공간이 좋다면 — 신건축 혹은 A+U. 인테리어와 공간 경험에 더 관심이 있다면 — Frame. 한국 건축의 맥락을 알고 싶다면 — Space.

한 권을 사서 천천히 들여다보면, 다음에 어떤 잡지가 필요한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한다. 취향이란 그렇게 만들어진다. 억지로 정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모으다 보면 어느 순간 윤곽이 잡혀 있다.


[참고 자료 및 관련 링크]

1. [El Croquis](https://elcroquis.es/en) — 스페인, 건축가 모노그래프 전문지

2. [DETAIL](https://www.detail.de/de_en/detailshop-detail-magazin) — 독일, 건축 시공 디테일 전문지

3. [Domus](https://www.domusweb.it/en.html) — 이탈리아, 건축·디자인·아트 복합지

4. [Frame](https://frameweb.com) — 네덜란드,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지

5. [新建築 (신건축)](https://shinkenchiku.online) — 일본, 현대건축 전문지

6. [A+U](https://japan-architect.co.jp) — 일본, 건축과 도시 영문지

7. [SPACE (공간)](https://vmspace.com) — 한국, 1966년 창간 건축 전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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